[두 개의 문] 영화판 무한RT!! by 타누키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수도 있었으나 실패한 영화,
개인적으로 사공이 많아서라고 짐작할 뿐이지만 두 개의 문이라는
정말 신의 한수라고 할만한,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황홀한 시나리오를 버리고
감성에 매달리고 마는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특히 중,후반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어쩔 수 없겠지만 객관적이 누구에게 객관적일까라는 걸 감안하고 봐야할 다큐입니다.
허지웅님의 소재를 다루는 것으로 씻김굿을 한다는 평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좋은 소스와 내용때문에 더 아쉬웠던 '영화'로
허지웅님처럼 좋은 평가를 하긴 힘들지만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포스터부터 까보자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2009.01.20.AM 03:00
적개심을 명령 받았다!라고 큼지막하게 써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내용에선 없네요. 영화 제목의 두 개의 문은 경찰들이 상부에서
제대로 정보도 못받고 투입되어 일선경찰 역시 피해자로 조명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사공이 많은건지 다큐에서 나올 것같은 문체로 저런 문구를 써놓고
정작 내용에는 그런 지시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편집해서 나간건지....

중요 이슈로 나왔던 유가족 동의없는 시신 부검...
다큐만으로 접한 일반인(저 역시)이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 무한RT!!
하겠지만.....실제로 가능합니다. 유교적인 입장에서 시신훼손이라는 이야기가
쉽게 나옵니다만 많은 사례들이 있구요. 전대갈 때 이야기를 하면서
음모론을 풀어놓으시던데 그때처럼 하는건 부검이 아니죠.
만일 부검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면 그 이야기를 다큐에 넣었을텐데
동의만 이야기하고 부검자료 이야기를 안하는걸로 봐서는
부검 전후로 별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로 봐도 되겠죠.

사라진 3000쪽의 수사기록...
1차 때 안내놓았던 수사기록, 2차 때 넘겨집니다.
사라지지 않았지만 2차 때 넘겨진 이야기는 영화 후반부에 잠깐 언급됩니다.
여론의 포화를 맞기 싫어서 내놓지 않았던 것이지 사라진게 아니었죠.
초반 음모론급으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고 뒤에 아주 잠깐 언급하는 식이
이명박정부가 초동대처를 못하게 해서 유야무야 넘어가게 꼼수를 부렸다~라고
영화에서 주장하던 것과 닮아서 씁쓸했습니다.

어떠한 정보도 하달 받지 못했다는 경찰의 증언...
대체 그 이야기는 어디에....
정확한, 충분한으로 바꾸면 좋으련만 꼭 이렇게 오버해야하는건지..

단 하나 삭제된 채증 영상은 편집이 오오~ 스럽긴 하더군요.
다른건 많은데 망루 진입 시 채증 영상은 찍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다만 이것도 진술서나 육성이 아니라 철거민 관계자가 이야기합니다.
고로 약간 신빙성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컨테이너 진입 시
캠코더를 든 대원이 있었기에 석연치 않기는 합니다.
다만 생지옥같았다는 진술들이 많았는데(신너 냄새라던지 기타 등등)
그 상황에서 찍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기자라면 특종 생각에 찍었을 것 같지만ㅋ)

생지옥에 대한 자필 진술서와 육성 증언에 대한 편집부분에서도
묘사를 하면서 일선 경찰도 피해자다는 것은 좋았습니다.
다만 다죽어에 대한 묘사에서 팀장은 어떤 철거민이 사람들 다죽는다~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제서는 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재판 진행 중이었으니 한참이 지난 후이죠.

영화에서는 주지 않는 3천쪽 이야기를 하며 초반 진술이 상당히 중요하고
말을 맞추지 않았을테니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자필 진술서에서 다죽는다와 생지옥을 하이라이트로 표시했는데
나머지 어두운 부분에 그 팀장은 다죽어를 죽어버려!라고 생각한 진술을 한걸로
나옵니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 불질렀다고 지목한걸로 추정되죠.
(덩치 등을 묘사까지 해놨습니다.)

추정된다는 이야기는 어두운 부분이었고 1-2줄가량만 화면에 공개된데다
육성 증언에서 초반엔 다죽어!에서 다죽어~로 늬앙스가 변했다고
검사와 철거민측 변호사가 이야기하는데서 유추한 겁니다.
당연히 해당 영화에서는 우호적인 부분을 편집했을 겁니다만
문제는 그러한 초반 진술과 후반 증언에서 유리한 부분을 취사선택했다는거죠.
그리고 취사선택에서 초반 택했던 초반 진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번복한 것이구요.

누군가에게 전화가 와서 특공대 소집명령이 떨어졌는데 그게 철거민이 화염병 던지기
두시간 전이더라~는 이야기도 객관자료는 내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좋은 소재라면 진술서나 증언이라도 집어넣어야지 그냥 자막처리로 내보냅니다.
다큐라고 다 믿을꺼면 다큐를 보지 말아야죠.

제목 역시 두 개의 문으로 망루로 가는 두 개의 문 중 정보부족으로 다른 쪽 문을
먼저 부수고 진입하려 했다는 걸 정말 잠깐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이야기는 모릅니다. 영화의 화자들이 모두 철거민측 인물인데
그런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이야기하는 것 뿐이지 경찰 진술이라던지
인터뷰, 이런걸 따온게 없습니다.
다큐는 화자들이 그냥 이야기한다고 다 믿어주는게 다큐가 아닙니다.
뭔가 자료가 같이 나오면서 이야기해야지...
게다가 화자가 다 철거민측 관계자들인데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영상이 잘렸다, 문제가 됐다 싶으면 영상전문가라도 불러서 증언을 넣던지
(개인적으론 별 문제가 없었으니, 실제로 못찍었던 것이라 그러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다른 분야들도 전문가들을 불러서 이야기해야지 변호사와
용산참사위원회 사람들로 채운 화자들이 무슨 다큐라고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칼라 TV도 당시 유명했었는데 그 분이 화룡점정을 찍어주셨습니다.
'다른 것, 영상, 그런 것 다 필요없고 국민에게 진압한 것만으로도 문제다'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그럴꺼면 다큐는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찍은건지......
변호사도 '경찰이 철수 좀 했으면 내려와서 협상테이블도 펼치고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라고 한다던가.....영화에서는 25시간만에 벌어진 이야기로 그리고 있지만
농성이 아닌 협상까지 가면 이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죠;;
자신들도 자료로 넣었지만 용산개발이야기는 공식적(?)으로는 미군기지 반환결정이 난
2002년부터, 투기는 아마 그전부터 시작됐을테구요. 지역민과의 문제는 몇년전부터라고
신문자료까지 화면에 집어넣었으면서 말이죠......

철거민들이 실제로 철거민이었느냐는 차치하고 다큐를 영화로 찍어버린데에 대해
실망감이 앞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자평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구요. 객관적인건 남이 봐야 객관적인거지
자화자찬은 곤란하죠....영화라 보더라도 두 개의 문이 그렇게 비중없이 넘어간 것처럼
주제를 못잡고 일선 피해자들과 음모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도 보기 안좋았구요.
차라리 전반부를 과감히 잘라냈으면 베스트, 입장이 있으니 후반에 집어넣었으면 나았을 것 같네요.

중후반 일선 경찰 역시 피해자이고 사실 철거민도 이러한 행동을 했었다는걸
진술서와 영상, 증언으로 죽 나열해 관객이 평가하게 하는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음모론과 무리한 주장을 관계자들이 이야기한다기보다
전문가와 객관적인 자료들만 나열했더라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보거든요.
아예 그런 부분을 안넣은 것도 아니고 넣을건 다 넣고 쓸데없는 부분때문에 이게 뭔지..

80년대도 아니고 꼭 그렇게 이 열사~하면서 웅변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료를 주면 다 읽고 자신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관객들을 계몽시켜야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 시대가 언젠가 좀 왔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영화를 정말 좋게 봤었던지라
이런 식의 오래된 문선 스타일이 섞여있는건 바라지 않습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

역시 소재답게 평가는 각 필진의 평점보다 1-2점은 높게 나옵니다.
만점 안나온게 다행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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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6/20 15: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타누키 2012/06/20 16:37 #

    그런 싹이 보여서 더 아쉬웠네요. 여성감독들이던데 초반 계획에서 많이 틀어진 것 같습니다.
  • 2012/06/21 17: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타누키 2012/06/21 17:45 #

    객관적이라고 하도 난리여서 조금 기대했었는데 성향과는 관계없이 저도 주입식이라 싫더군요. 그렇게 이야기할거면 식코나 화씨911정도의 자료라도 뿌리면서 관객을 압도라도 하던지 이게 뭔지 ㅠㅠ
  • 2012/06/22 01: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타누키 2012/06/22 07:01 #

    화자들 이야기는 이글루스에서도 말이 많았죠. 인권영화다보니 시각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오히려 넘치는 이야기아닐지;;
    아무리 그래도 영화와 다큐는 배급력도 그렇고 사람들 자체가 흥미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소재가 섹시해도 소비가 섹시하지 않으면 안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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