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 각자 매력을 핥아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누님은 우리는 서로 디스하는 문화가 없는게 문제라고ㅋㅋ)
내 차례에서는 다들 말이 없다가 '집에 돈이 있는 것도 장점'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 집에 그런 돈이 있을리가 없....ㅠㅠ기도 하고
돈이란 것에 의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자존심상하긴 했었지만
(그러고보니 나만 디스당했네 ㅠㅠ)
생각해보면 이룬게 없는 현재 내 상태에서 뭐라 내세울게 딱히 없긴 하더군요.
만일 부족함없이 서포트해주신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오픈마인드로 여러가지 시도하게 해주지 않으셨다면 등
내 경험이나, 내 가치관 등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나 생각해보면
스스로 한게 참 없긴 없어서....
그만큼 인간이 모나지는 않지만(과연?!?)
또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인간만큼 젊은 나날
매력적이지 않은 인간이 또 없으니까요. ㅎㅎ
그러한 생각을 했던 와중에 퓨어란 영화를 보고
더 생각이 뒤죽박죽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는 하층민인 카타리나가 어느날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듣고 반해
주변을 무시하며 꿈꾸다 대담한 거짓말로 콘서트홀의 안내 인턴에
지원하게 되고 그 도심 생활에서 그녀는 새출발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후반에 많이 빠지긴 했지만 이건 넣으면 스포일러라 ㅎㅎ
본래 제목은 Till Det Som Ar Vackert로 스웨덴 영화인데
번역을 찾아보니 아름다운 어떤 것을 하기 위해라고 하네요.
원제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가볍거나 즐거운 내용은 아니고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며 2012년작 로얄 어페어의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기억하신다면 2010년의 더 풋풋한 그녀를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볼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일 개봉이라는데 위드블로그를 통해 먼저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ㅎㅎ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그녀가 어디에서 레퀴엠을 듣게 되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세속적인 대중가요를 멀리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폭발하게 되죠.
영화에서는 초반 건설 노동자인 남자친구와 그녀가 좋아하니
콘서트홀에 가서 레퀴엠을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진과는 다른데 어디서 나왔던 장면인지 따로 찍은건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주변과 동떨어진, 마트에서 물건을 사며
돈이 모자라 물건을 다시 올려놓아야하는 그녀와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이 컷이 참.....
클래식도 요즘엔 MP3로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서 듣는 것과 비교하긴 힘들긴 하니까요.
(물론 또 그게 지휘자로 갈라지면 참 복잡한게 클래식이긴 하지만;;)
사진으론 하층민인 그녀 사진은 이것 하나 밖에 없더군요.
더벅생머리에서 올림머리로 참 인상이 많이 바뀌는걸 보면
역시 머리 스타일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그녀의 사고뭉치 엄마와 친구들, 작 중 그녀는 계속 상담을 받고
보조금을 받는데 직접 언급은 안되지만 정신병원에 다닌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앓고 있고
친구들은 저급한 노래와 말투로 그녀를 자극하죠.
남자친구는 건설노동자지만 그녀를 재워주고 2년간 잘 사귀어 왔지만
둥글둥글한 성격은 그녀에게 더이상 매력이 아닙니다.

결국 그녀는 콘서트 홀에 다시 서성거리게 되고 우연히 인턴 면접을 보면서
어머니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출신을 바꾸면서 인턴이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교외의 본래 그녀 주변과는 멀어지고
도심의 보통의 삶을 살며 충족감을 얻습니다.
하지만 지휘자인 사무엘 플로러와 불륜관계를 맺으면서
절정을 맞게 되죠. 간단한 음모론을 늘어놓는 등의 아는 체는
'용기만이 살 길이다'의 뜻을 물어봐야 하는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큰 지식인으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그였습니다.
그런 아는 체는 오히려 관객에게는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을만한
젠체였지만 그에 빠져드는 그녀를 보며 역설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당연함'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와 같이 큰 그였지만 당연하게도 불륜은 한번만으로 끝이었고
그녀는 그에게 매달리게 되다 결국 정직원이 될 추천까지 받았다가
지휘자의 권한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치기어리고 정말 퓨어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도 속이는 행동도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면서 하층민으로 돌아갈 상황이 되자
다시 한번 콘서트홀에 찾아오는데 이 부분이 후반 그녀의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조금은 부여해주긴 하지만 참...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보면 사진 상으로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같이 열이 오른 상태에서는 얼굴이 안면홍조증처럼
붉어지는데 순수하다는 배역에 정말 딱 맞는 얼굴이 아닐까 싶게
바뀌는게 흥미롭습니다. 로얄 어페어에서는 낮 장면이 많지 않아서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었나 모르겠는데 재밌네요.

결국 최후의 만남을 다시 한번 가지지만 모욕만 당한 그녀는
정신줄을 놔버리게 됩니다. 그의 습관이 자꾸 나온다 했더니 그럴 줄 알았...

그리고 그녀는 거짓말로 점철된 배경을 무기로 그녀를 예뻐하는
상사와 함께 다시 추천을 받아 정규직이 되면서
그녀가 염원하던 도시 생활을 해나갑니다.
자신의 분수에 안도하지 않고 만족을 향해 노력했다는 것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뻔한 시놉임에도 참 괜찮은 연출과 연기가
참 마음에 드는 영화였네요.
제가 향유했던 문화나 경험들이 계급(?)에서 왔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재밌었구요.
그를 죽이며 계급에 대한 반란 뭐 이런 해석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까지 가는건 그녀의 상황에선 아닌 것 같고....
분명 살인을 한 그녀인데 묘한 영화입니다.
어쨌든 이 감독인 리자 랑세트와 또 영화를 찍는 중이라는데 기대됩니다.
중간에 나왔던 난 오늘 날 죽였네였던가는 나중에 한번 뒤져서
찾아봐야겠습니다. OST가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끄응...

덧글
왘, 그나저나 댓글창 너구리님(?)을 봐서라도 덧글을 달게되네요 ㅎㅎ
댓글 감사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