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수녀인 이다가 종신서원을 하기 전
가족을 만나고 오라는 수녀원장의 권유로
이모인 완다를 만나 길을 떠나게되는 로드무비
흑백+화면비, 소재로 인해 지루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완다와 과거 이야기들이 활기를 불어넣어주더군요.
과거는 낯선 나라다 생각도 나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영화였네요.
그래도 독립영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역시 비추;;
잔잔함을 유지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기본 허들은 있는 편입니다.
번외로 상영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얼굴을 하단에 몰아 넣어 찍은 컷이 꽤 많은데도
자막을 평소처럼 화면 하단에 넣다보니
자막이 주연의 얼굴을 가리는 현상이 생기더군요.
어차피 화면비가 4:3이라 좌우 여백이 생기는데
영화제처럼 그쪽에 자막을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안보고 그냥 넣은건지....
화면비가 일반적이었다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아쉽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혀 모르던 이다에게
속세는 잔인한 이야기를 계속 던져줍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연이 없었다는 것 아니었을지...
이모인 완다의 결말과 대비되는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과거를 겪지 않고 태어난
현재의 젊은이들에 대한 대입도 되더군요.

이다 역의 아가타 트르제부초우스카
모든 궁금증과 미련을 털어내고 온 그녀는
아마 흔들림없는 수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속세에서 이미 시작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모든 연을 끊을 수 있을지 상상도 안되지만
수녀원이 집인 그녀는 다를 수 있을 것 같네요.
본래 배우 지망이 아닌 학생이었다가 발굴했다던데
후반에 나온 꾸민 모습이 본모습이었는지
처음엔 화려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ㅎㅎ
극 중에선 정말 딱 어울리더군요.
그러면서도 꾸민 모습과의 갭도 잘 표현되는게 대단~

완다 역의 아가타 쿠레샤
같은 아가타(성? 이름?)라 같은 집안인가 싶었던;;
공산주의 하에서의 판사'동무'의 파워란 ㅎㄷ
피의 역사를 걸어온 산 증인이자 권력자(?)이지만
리버럴한 느낌의 이모 역에 딱 맞던~

아들의 행방을 알고, 이미 사실은 알고 있었겠지만
직접 결말을 마주해버리자 버티지 못한 그녀
혈육에 대한 극단적인 씬들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런지
십수년이 지난 후에도 이렇게 강렬한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다와의 새로운 관계로 인해 치유받지 않을까 싶은
낙관적인 생각도 가졌었는데 그동안 쌓인 속세의 업을
이겨내지 못하는 장면은 착잡하더군요.
그와 함께 속세에 남겨진 단 하나의 연이었던
완다라는 끈마저 끊어진 이다는 잠시 일탈을 하지만
다시 집이었던 수녀원으로 들어가는걸로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를 살고있는 젊은이들에게
과거에 대해 제대로 알긴 알되
떨쳐내고 극복해 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좋았던 영화였네요.

-사진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
덧글
그러고보니 전 사춘기 때는 무언가 진지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물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정확히는 군대 제대 이후에는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액션물을 더 찾게 되더라고요.
보다보면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도 있어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