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부전자전 by 타누키




부모에 대해 부족한 점을 닮았다는 이야기는 꼬리표처럼 각인이 되어
따라다니게 되는데 그를 극복할 대상의 부재는 문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죠.

원작이 유명한 정유정의 베스트셀러지만 영화로 이식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데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습니다.

영화는 스릴러가 앞으로 되어 있지만 스릴러보다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봐야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어찌되었든 부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국 마더부터 해외 마더!까지 다양하게 묘사되고 다뤄지는 모성애에 비해
부성애의 묘사는 별로 없는 요즘 시류에 그래도 의미가 있다고는 봅니다.
뭐 마더!에 부성애도 있긴 하지만 ㅎㅎ 그래서 홍상수를 더 좋아하기도 하구요.

아버지라는 부조리극이라는 면에서 마음에 드는 드라마로서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 홍보가 좀...애매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러면 팔리질 않겠지만;;
특정 포인트에서 아트영화같은 취향에 맞는 지점이 있어 의외로 괜찮았지만
일반관객이 스릴러에 기대를 가지고 본다면~~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네요.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던지라 좋았네요.
특히 장동건은 VIP도 그랬지만 점점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라 다음 작품이
기대되더군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동건의 부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산장의 할아버지로 묘사되듯이 골방에서
소녀가 가정폭력을 당해서 무서워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고 류승룡의 부모는
더 난리였죠. 그래도 직접적인 관련까진 없었으니...책으로 보면 확실히
더 좋았을 것 같은 작품이긴 합니다.

다만 그 연출 자체가 스릴러로 긴장하고 보기에는 너무 늘어지는지라 기대를
그쪽으로 맞추고 보기에는 꽤나;; 템포가 아쉬웠네요. 그렇다고 원작에 비해
그나마 자극적으로 바꾼 듯한 영화에서 더 자극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고...개봉이 밀렸던 상황이 이해가 가는 영화였네요.

마지막 고경표가 줄을 끊고 탈출하는건 좀;; 그럴 힘이 있었으면 그 전에 끊고
사투를 벌이던가 했어야...그리고 원작에선 자살하지 않고 다른 결말이라는데
그런게 낫지 않았나 싶네요. 한남 냄져 다죽어도 아니고;; 뒤틀린 부성애와
부전자전의 고리를 끊는 결착이라 볼 수 있긴 하지만 지금의 아버지 세대
이후의 남성 세대가 보기에는 계속 남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완벽, 희생을
강요하는 묘사만 있다보니 이젠 지루함을 넘어 거부감이 드는 상황이라;;

물론 감독은 그 세대다보니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ㅎㅎ 그래도 고경표가
류승룡을 계속 원망하거나 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 개선과 나름의 이해를
(사건을 직접 당했다보니 부자간의 연결점이 있긴 하지만) 표현한 점은
마음에 듭니다.



그러다 보니 송새벽이 연기한, 피로 연결되지 않은 아버지 상이 또 눈에
들어오더군요. 너무 성스러운(?) 느낌까지 나서 이상적인 아버지 상을 그린거
아닌가 싶은 감은 있지만 악어출신이라는 것도 그렇고 의외로 피를 안보는
것까지 여성이 이상화한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성심껏
지원하되 그 선에서 멈추고 돌아서는 캐릭터는 다른 의미의 희생적 아버지라
오히려 근대적 아버지상보다 더 어려운 상인게 어떤 면에선 무섭기도...

원작에선 스토리 자체가 류승룡에게 이야기를 듣고 송새벽이 쓴 소설이라는데
그래서인가 싶긴 합니다. 소설 분량이 상당하다는데 드라마다보니 책으로
보고 싶은 영화였네요.



장동건의 뒤틀린 애정관과 사건해결은 묘한 지점에서 강약조절이 잘되어
마음에 들더군요. 불같지도, 그렇다고 마냥 이성적이지도 않은 캐릭터랔ㅋㅋ
물론 마지막 권총씬은 캐릭터에 안 맞는 것 같은;; 부전자전의 멸절을 위한
감독의 개입이기는 하겠지만 그것 자체도 별로라는건 차치하고 아쉬웠네요.



류승룡은 더벅버리 순박한 스타일로 시작해서 폭력적인 아버지 트라우마로
점철된 캐릭터로 넘어가는데 댐 씬에선 참 ㅜㅜ 그래도 아이를 직접 죽이는
장면에서 뭔가 특별히 이해되는 킥을 집어넣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그냥 넘어가서(?) 참 아쉬웠네요. 원작이 그렇게 오래된 작품도 아니고
너무 옛날 스타일이랄까....소설로서 보자면 그래도 충분히 사연있게
뽑아냈을 것 같긴 한데 숨이 남은 소녀를 직접 죽인 묘사도 그렇고 전근대적
아버지를 그렇게까지 그렸어야 했나 하는 점에서....

뭐 던지기 직전 눈을 뜰 것 같은 예상도도 책임을 회피하는 그림이라 주제의
극대화가 안되긴 했겠지만 ㅎㅎ;;



고경표는 이상화된 롤모델인 악어 송새벽에게 배워 본인이 새끼 악어가 되는
성장이 참.....결국은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도 자식을 챙기고 자살한 아버지
그러면서도 또 다른 아버지인 장동건의 악령에 계속 쫓기는게
현대 남성들의 모습이라 답답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들었네요.
(이거 완전 나의 아저씨 아니...)



장동건 딸 역의 이레, 아역인데 너무 아이돌스럽게(?) 예쁜 것을 빼고는
잘 어울리고 연기했던~

이외론 마을에서 미쳤던 여성 역의 이상희인데 대부분이 남성인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로 여성의 빈자리를 대입하는 느낌이긴 한데
(고경표의 어머니는 새남자와 재산을 가지고 야반도주했으니;;) 원작과의
연계가 어떻게 되려나 하고 물어보려 했으나 시간 상 끊겼던 ㅜㅜ



익무에서 열린 시사회라 김종철 편집장과 이용철 평론가의 GV가 이어졌는데
부성애의 요즘 묘사에 대한 언급이 참 ㅜㅜ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름의 성공한 아버지 상이라는 국제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네요. 덕분에 원작과의 비교도 들을 수 있었고 무대인사까지
아주 좋은 시사회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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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먹튀 2018/03/30 21:33 # 삭제 답글

    흠 오늘 볼려고했는데
  • 타누키 2018/03/30 23:13 #

    대중적으로 취향을 탈 것 같을뿐 별로인건 아니었으니 도전을 해보시는 것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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