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발아 by 타누키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복귀작이자 사실상 처음 본 작품인 버닝입니다.
매번 극장에서 놓치고 티비에서도 제대로 못봤었는데 드디어~
칸에서도 평가가 좋다고 하고 나름 기대하며 봤네요. ㅎㅎ

유아인과 전종서, 스티브 연의 열연이 상당히 좋고 말과 행동을 꽤나 절제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임을 밝히면서 여러모로 조~금은 텐션이 떨어지는 점이 있기도 합니다.

독립영화까지는 아니지만 문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남한산성처럼
(물론 남한산성보다 훨씬) 진중하게 나감으로써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겠네요.
그래도 명작까진 아니지만 수작 이상으로 보여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유아인은 원래부터 좋아했지만 거의 생초짜인 전종서는 정말...매력있더군요.
페이스나 연기 모두 캐릭터에 딱 맞으면서도 신선하다보니 대단했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특히 이 영화는 뻔하면서도 달라야할 해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기에 더욱 눈에 들어오는 배우였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결말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정황상으로는 스티브 연을 모두 지목하고
있고 전종서가 피해자이자 유아인이 복수자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론
전종서는 빚으로 그냥 떠났을 뿐 아버지인 최승호(MBC사장분이 ㄷㄷ)의
싸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유아인의 의심과 함께 발아된 것으로 보는게
더 재밌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최승호라던가 용산참사 전시회 등을 집어넣어 계급적 갈등으로 양념을
쳐놓기는 했지만 그렇기에 더 스테레오적인 강남부자 싸이코패스설보다는
유아인의 싸이코패스설을 밀고 싶더군요. 특히 어머니와의 재회와 거짓말,
(우물이 있다는 설을 혼자 확인해주는데 돈이 걸린 문제라 신빙성이 제일...)

오랜만의 아들을 앞에 두고 누군가와 카톡을 하며 돈을 빌린다던지로
배경적으로도 문제를 내재하고 있었던지라 전종서와 스티브 연의 성인판(?)
건축학개론적인 상황들을 맞이하면서 바뀌게 되는거죠.

마지막 스티브 연을 죽이며 패턴을 물려받는 것 같지만 트럭이 지나갈 정도의
위험을 즐기(?)는 씬으로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아버지를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증거나 더 많은 상황들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살아가는
청춘들을 보여주는게(스티브 연은 살인자이거나 자신과 다른 계급의 여성을
계속 바꾸며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 전종서는 현실도피와 같은 판토마임적
세계관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네요.

위에도 썼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원작이라 스릴러(?)로서의 기대감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그보다는 아예 드라마적인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그래도 명작까지는 아니다라고 생각되는게 아무래도 길어도 좀 길다~싶은
호흡(이제 보니 2시간 반으로 엄청 긴데 전체 길이 생각은 안나더군요.)으로
너무 예상이 가는 씬들을 그려가다보니 아쉬웠고(그래도 뭔가 더...싶었는데)
스티브 연으로 몰고 가는게 너무 강하달까...어느정도 이상은 더 모호한게
재밌을 것 같은데 감독의 의도겠지만 너무 한국영화긴 한국영화다 싶었네요.



첫 작품부터 노출연기를 선보였는데 그래야 숫총각같은 유아인의 혼을
사로잡을만하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답다면 답기도 하고~
그 때의 벽을 조명하는게 제일 무섭고 긴장되었고 점차 하강곡선을 그리는건
아쉬웠네요. 물론 기대하는 바가 크다보니 그렇기는 했습니다만 ㅎㅎ

그래도 위에 썼다시피 전종서의 캐릭터는 정말 좋았습니다. 실종되어 후반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자위를 도와주는 상상이라던지 그녀의 방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씬 등으로 그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게 감독이 참~
촬영도 상당히 어둡게 진행해서 독특한게 좋았네요.

물론 첫사랑적인 면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남과의 관계란
일반적인 관념과 다른게 아닐까 싶어 순수하게 고양이를 맡기기 위하거나
재미로 그랬던게 아닌가 싶네요. 결정적 증거였던 고양이도 우연일 가능성이
더 많았을테니 ㅎㅎ 고양이로 암시(그녀에게 들었을테니)할 정도로 우월함을
즐기는건 스티브 연이 도제관계로 접어들었다면 말이 되겠지만 그런건 또~



유아인 특유의 쪼가 어느정도 해결된 모습도 아주 좋았고 전과는 달리
약자적 캐릭터인데 꽤나 잘 소화했다고 봅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절제한다던지 스티브 연을 죽이면서도 쓸데없는 대화를 안한다던가
최승호적 살인자 이미지와 딱 맞아서 전종서가 너무 강렬하긴 했지만
역시 주연답게 대단했네요.



스티브 연도 너무 2세적인 모습이 애매할 것 같았는데 다들 모호한 지점을
연기하는데에는 아주 적임자들이라 멋있었네요. 만약 전종서가 떠난거라면
불쌍한 캐릭터가 되는건데 그러한 느낌도 일정은 표현한게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전종서의 발아점으로서 버닝은 꽤나 좋았네요. 어쩌다보니
세 주연 모두 개봉 전에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었지만 ㅎㅎ



NHK가 나와서 뭔가 했더니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들을 시리즈로 영상화하는
연작의 첫 작품이라는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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