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세상의 종말 by 타누키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바로 전에
재개봉했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아쉬웠었는데 인기가 꽤 있었는지
패키지로 다시 나와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입니다.

4시간이라는 극악의 영화길이도 그렇고 흑백은 아니지만 고전이라는 점도
꺼리게 만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시대를 감안할 수 밖에 없는 폭력씬을
빼고는 정말 고전이 왜 고전인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네요.
문학적으로 순수한, 범생의 독으로의 변화가 제대로라 아주 좋았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배경으로 깔리고 특유의 시대상까지 흥미롭지만
잔인했던 시대에 너무나 모범생이었던 가족의 변화를 잘 그려내서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길긴 하지만 오랜만에 인터미션으로 쉬기도 하고;;
킹덤이후 오랜만이네요. 이제와서 찾아보니 킹덤이 280분으로 더 긴 ㄷㄷ

대만 최초의 미성년자 살인사건인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는데 마지막이
실제일지 궁금하더군요. 영제목은 A Brighter Summer Day로 극 중의
음악을 썼는데 잘 어울리는 면이 있어 이쪽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혀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송혜교 느낌이 많이 나던 여주인공, 어리지만
팜므파탈적 면모를 많이 보여줘서 참 멋지기도 했습니다. ㅎㅎ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했더니 남주인공인 샤오쓰가 장첸이더군요.
알고보니 아버지와 형도 실제 가족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얼굴이 닮아서 모른 상태에서 보면서도 참 배우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이렇게 하다보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반골기질이나 형의
무조건적인, 말이 없어도 형으로서의 보살핌이 더 잘 와닿는 것 같습니다.

중국과는 이제 악화일로의 상황이고, 일본은 우리와 같은 식민 통치를
받았지만 유화정책으로 우호적인 상태로 남은 혼란기의 대만에서
(하나 그리고 둘을 보면 비판적이었던 것도 더 우호적으로 바뀐 듯 ㅎㅎ)
소년들이 지역을 가지고 조직폭력단을 꾸린다는 이야기는 사실 한국에선
잘 와닿지 않는 설정이기는 합니다.

조직폭력이라는 것도 한국의 일진들 그정도로(어쩐지 저녁이 생각나던;;)
심각하지 않게 그려지다 후반들어 허니가 돌아오면서 이게 장난이 아니라
진짜 심각했구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게 참....근데 그런 칼부림이
나오는데 실행범은 다들 성인이었던건지 아니면 잡히지 않아서 넘긴건지
주인공의 사건이 첫 미성년자 살인사건이라니 흐음 싶기도 합니다;;



샤오쓰 역의 장첸
순수하다고 볼 수 만은 없지만 순수의 독을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로
천장 위에서 친구가 찾아낸 일본 여성의 사진과 은장도같은 소도는
그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는게 참....편지들의 내용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으나 적산가옥에서 발견된 정절의 비장한 물건들이라 볼 수 있으니
묘하게 그와 잘 어울립니다.

국어시험에서 문제가 생겨 주간반에서 야간반에 들어가고 거기서
질나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지만 전혀 흡수되는 바도 없고
당시 혼란했던 상황을 보여주는게 참 그래서 더 가슴아프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처음에도 나왔지만 마지막 스탭롤에서 합격자들을 라디오에서
불러줄 때, 문학부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와.......

만약 국어시험의 채점이 다시 이루어지고 주간반에 들어갔다면, 그러한
시대상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이라는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면 그가 과연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아버지의 청탁이나 형, 누나들의 감싸기 등 그래서 더 누군가를 자신도
기댈 수 있는,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였던 그녀인데
그렇게 믿음을 박살내 버렸으니 세상의 종말같은 두려움이 찾아왔을 것은
자명한 일이죠.

드디어 믿음을 얻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상대라 생각했는데....집단 칼부림
현장에서의 물러남도 그렇고 그 전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장면들에서 매번 누군가의 도움이나 간섭으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마지막 확실한 답변을 받고 나서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행동에
나서는 모습에서 정말로 그의 세상이 끝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사건 전에 영화장에 다시 가서 손전등을 돌려준 것도 그렇고
영화와의 접접들도 참 애달프게 그려내면서 환기시키는게 좋았습니다.



밴드 얼굴마담은 따로 있지만 가성 스킬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친구로 나와서 흥미로웠던~ 마지막 엘비스의 이야기가 전달되지 못하는
모습은 참...안타까웠습니다.



밍 역의 양정이
이외의 필모는 없는걸로 나오는데 정말 팜므파탈적인 소녀로서의 매력이
와... ㅜㅜ)b '이제 너에게 남은 희망은 나밖에 없어'라는 말을 웃어넘길
정도의 담력인데다 갖은 남성들과 잘 지내는 걸로 나오는 후반부는 진짜
샤오쓰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네요.

연약해보이고 지켜줘야할 것 같은 그녀는 아픈 어머니를 보살피는 역할도
맡고 그러다보니 의사와도 가까워져야만 했고, 험한 시대 학생 조폭단의
눈에 드는 등 흔한 설정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샤오쓰의 믿음은 전혀 그녀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마치 대만의 상황처럼 옳고 그름의 시대가 아니라 생존의 시대를 나타내는
것 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포지션을 취하는게 최선인 그녀의 태도를
누가 비판할 수 있을지...물론 샤오쓰의 물음에 애매한 대답을 한게 아니라
확실하게 함으로써 마지막을 맞는 것은 일말의 묘함을 주기는 합니다.

그녀의 당당함이었을지, 그에 대한 연민이었을지, 아니면 조롱이었을지...

어찌보면 문란하다 할 수 있지만, 생존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그녀 스스로의 선택임을 조용하지만 강단있게 보여주는 연기라 좋았네요.
그래서 송혜교같은 느낌이 났던 듯~

흔한 군대개그로 총구를 돌려!!를 시연하는 모습은 정말 ㅋㅋㅋㅋㅋ
빙글빙글 와중에 진짜 쏘는건 똨ㅋㅋ



인텔리로서 대만으로 넘어왔지만 갖은 고초마저 겪는 대쪽같은 성격의
아버지라 가족들이 다들 반골 기질이 조금씩 있는게 참 ㅎㅎ 모두들 서로
도와가는,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해결이 있기는 하지만 참 부러웠던
가족이었었는데....어머니의 교원자격증 등 갖은 시대상이 나오더군요.



뭔가 흔한 폼잡는 은퇴보스 느낌의 허니,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조폭들이
그냥 일진놀이같은건가 했는데;;



물론 공부로 좀 멀어지기도 했고, 총사령관 아들집으로 일하러 들어가기도
했지만 오해아닌 오해들이 쌓이다가



관계의 균형추가 무너지는 장면에 와서는 참...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문득 생각나는 지점이었네요. 꼭 이러한 비극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도
이런 애정의 불균형은 힘들기 마련이니....아예 그가 힘이 있었으면.....



결국 마지막으로 그녀를 죽이고, 그녀를 얻은 그는 당시는, 지난 후에는
그리고 살아있다면 지금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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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8/20 15:09 # 답글

    전 저걸 보면서 안타까움의 결정체를 처음 느꼈습니다. 그동안은 오락성으로 가볍게만 느꼈었는데, 이건 훅 오더라구요. 온정으로 모든 캐릭터를 감싸줄 수는 없지만, 혼란스런 사회에 휘말리고 망가지는 인물들도 너무 철저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거리감을 두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운 그런 기괴한 느낌.

    그 안타까움의 절정은 합격발표자명단을 듣고 움직임을 멈춘 주인공 엄마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연기력이 세밀히 드러나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 순간 엄마가 느꼈을 감정이 뭔지 짐작하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욕하는 쪼꼬만 애... 이름 기억안나는데 걔 너무 귀여웠던 게 기억나네욬 내내 인상 팍 찌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욕하는데 아이에게서 아저씨가 느껴져서 왠지 모를 아스트랄함이 느껴져섴ㅋ
  • 타누키 2018/08/20 20:34 #

    진짜 대단하더라구요. ㅜㅜ
    오래전 영화인데다 계속 배우를 하는 분들이 적어서인지 저도 이름을 잘 못찾겠던 ㅎㅎ
    근데 진짜 그런 친구들이 하나씩 있긴 했어서 더 와닿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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