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 감독의 데뷔작으로 영화제에서부터 호평이라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에 충족할만큼 꽤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네요. 시놉에서 우선은
한공주가 생각났는데 거기에 진득하고 진중하게 사춘기의 예리한 치기를
더해 뛰쳐나가는 영화라 올해 한국영화에서 손에 꼽을만하다고 봅니다.
보면서 전혀 다르지만 대박을 외치며 봤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생각나며 이 영화도 대박을 외쳤네요.
그와 함께 그러면서도 뭔가 아련한, 다른 점이 있다는게 계속 아른거리다
감독과의 GV를 통해 확실히 잡히는 지점이 또 와닿기도 했네요.
개인적으로 비슷한 일도 있었기 때문에 더...가볍지는 않지만 인간에 대해
민낯으로 파고드는 영화라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는 자세를 계속 언급하셨는데 장철수 감독님과 달리 꾸준하시기를~
이 장면부터 눈길을 잡아끄는게 정말 전여빈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더군요.
죽음의 무도를 추는 것처럼 날카롭게 베어드는 시선과 연기가 참~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어느 지점에서 캔디화될까, 변곡점이 드러날까~하며 안타깝게
묵직한 템포에 환호하면서도 불안해하며 보고 있었는데 끝까지 그 시선을
유지하며(물론 약해지는? 포인트가 없어 보이는건 아니지만)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것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네요.
전여빈이 적당한 날라리(본격적인 도벽을 보여주는 점에서 낮은 수준은;)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와...아직은 풋풋했던
천우희가 한공주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더 불같은 캐릭터라 좋았습니다.
너무 강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가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임펙트가 와....
물론 주변에서 만들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들도 좋았구요.
감독은 전여빈을 신화적으로 만들어 어쩔줄 몰라하는, 숭배로 돌아서는
인간들을 그리고 싶어한다고 했었는데 선악설을 믿는 입장에서 그보다는
흔한 인간의 자기합리화와 변명의 종착역을 보여줘서 카타르시스가 크~
이 장면에서도 용서하는 듯한 포즈와 함께 끝까지 용서하지 않고
다시 관계를 구축한 후에서야 박살내는, 진짜배기를 보여주는, 그걸 또
그려내는 뚝심은 정말 대단했네요. 이렇게 그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벌써 일부에선 가학의 전시같은 말이 나왔다던데 그러한 상황에서 눈을
돌리고 피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면도 있는거라 생각하기에
아주 반가운 영화였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초반 수화에서 담임(서현우)이 수화를 약간 배웠음에도
죽음에 대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는건 흐음~ 끝에서 해석해주지만
반의 반쯤은 그런 뉘앙스를 받고 시작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아이러니를 보여주는건 무난하니 좋았지만 선언적 의미로서는 또~

자살한 경민(전소니)의 부모 역에 서영화, 정인기, 형사 역에 유재명
서영화씨가 의외로 비중이 상당한 배역을 맡으셨던데 미스터리한 캐릭터에
워낙 잘 어울리시다보니 꽤 괜찮던~ 용의자에서 그래도 딸의 대신까지
복잡하게 변화하는 것도 그렇고 천도제에서는 진짜 무당을 쓰셨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상당한 진정성이 대단했네요. 뻔해보이는 굿이었지만 그 한의
살풀이적 표현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던...
감독과는 다르겠지만 학창시절 학우가 오토바이를 타다 한명은 죽고 한명은
다친 사건이 일어나 영구차가 교내를 돌고 나간다던지하는 경험이 있어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와중에 표백제와 후의 사건은 참;;

친구 역의 고원희
알고보니 레즈비언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엇갈림도 일조한 사건은
끝까지 그녀의 선택을 뒤집지 못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은 휘둘리거나
방조하거나 변함없는 태도를 견지하는 고원희의 역할이 컸다고 보입니다.
경민의 경우 끝까지 파편화되어 죽은 자의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을 썼다면 고원희는 실체를 가진 친구로서 모든걸 주변에서
같이하기 때문에 더욱더 무섭게 다가옵니다. 전여빈의 고독과 蠱毒을
가중시켰다고 보기 때문에....어떨 때는 가까운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어야
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으니 말이죠.

담임 역의 서현우
사실 유재명은 그렇고 서현우는 여성으로 바꿨어도...싶기도 합니다.
교장(박길수)부터 어른들의 배려없음이나 무사안일주의적인 면모들을
대부분 교육자들이 맡고 있는데 공감이 가면서도 여학교에서 멍청함을
너무 남선생들이 다 맡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불편함은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학생에서는 아무래도 여학교다보니 이태경의 이지메, 폭력이나
이봄의 허위 미투적 성공격까지 대담하게 그려나가고는 있지만
어른들의 입장이란건 또 다르니까...다만 대부분의 분량이 여성으로
되다보니 남성의 역할을 찾아주기엔 또 어쩔 수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악에 받히지만 분노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죄책감과 억울함의 표현들이
진짜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듯한 피맛같은 비릿함까지 올려주는 듯하여
대단했네요. 결국은 시기만 달랐다뿐이지 자살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꼬여버린 시나리오를 대담하게 던져놓는게 좋았습니다.
만약의 만약이지만 고원희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전여빈과 경민이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었다면 두 아이 모두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날 수도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상상도 해보게 되네요. 그러한 감정때문에
더욱더 격렬하게 주인공이 타올랐다고도 보지만 경민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사람의 속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따로 찍은 컷이 아니라 필름컷이라는데 포스터로 정말 잘어울리더군요.

해외 포스터는 뉘앙스가 또 다른~ 한적인 의미로는 한국 것이 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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