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 손에 꼽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차기작으로서 정말로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문제의식도 그렇고 한국에서 이러한 감독이
몇이나 있을지...다만 전작과 달리 문화계 주류의 정서에 반했으니...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참 좋아하지만 다시 영화판에 올라오기엔 조금은
힘들어보였던 한석규가 멋지게 올라왔고 천우희야 한공주 이후 다시금
증명해낸데다 설경구까지 세 주연들의 합이 진짜 좋습니다.
정치인과 아들의 사고의 이야기에서 이런 묵직한 화두를 꺼내는 힘과
용기도 좋았고 엔딩씬에서는 전율이 일정도로 대단했던지라
누구에게나 추천드릴만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청불이 안나온만큼
그렇게 강한 장면도 없고 오히려 한계를 확장시킨다고 보는지라~
장애인에 대해서도 직접이 아니라 과하지 않고 심도있게 표현해서
진짜 공부를 많이 했구나 싶었네요.
우상, 맹목적인 믿음의 엇갈림에 대해 상당히 잘 다뤄서 우선은
어쩐지 모르게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가 생각날 정도로 마음에
들었네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평을 쓸 때쯤이면 평론가 평을 한번
보곤 합니다. 마약왕과 엇비슷한 5.2점인데 이걸 보고 제목을 결정했네요.
나름 힘든 과정인데 고맙던 ㅎㅎ
어렵다는 평이 있지만 그럴정도는 아니고 흔한 대중적 설명방법인
다시 보여주기를 좀 줄였다 뿐입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 하고 보면~
대사가 잘 안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볼륨이 빵빵해서 대부분
잘 들렸고 의도한 바라고 생각해서 생경한 단어들인 것만 제외하면~
나름의 안티히어로 장르적 느낌까지 들어서 대단히 좋았네요.
익무 시사로 보았고 끝에 감독과 천우희의 GV까지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의 영화로 벌써 생각되는데다 감독님의 차기작도 기대되네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석규의 양면성을 이리 잘 집어내다니...욕망도 과하지 않게 드러내고
연기시키지 않아 대단했고 GV에서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사실은 맨 처음 진맥을 했을 때도 설경구의 아들은 살아있었다고 봅니다.
비닐을 시간을 들여서 계속 조명해주기도 하고 분명 숨이 보였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의 행보가 당연히 순리대로 돌아간다고 봤으며
시민운동가적인 의사에서 출발해서 원전 반대까지 깨시민적인 시작과
달리 초반부터 우상의 진면목을 보여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천우희의 자폭과 함께 같이 한국으로 온 여성과 같은 상처를
얻고 방언의 연설을 하는데 아무도 못 알아듣는 이야기에도 관중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넣는건 진짜 대단했습니다. 감독의 뚝심이 와....
GV에서 들었지만 개소리도 집어넣었다고 하곸ㅋㅋ 사실 교회를 다니다
딱 그만둔 지점이 바로, 어렸을 때지만 수련회를 가서 단체로 방언을 하는
방에 제정신으로 있으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었던지라 진짜 시너지 폭발적인 장면이어서 대박이었네요.
아들의 3단변신과 아버지의 외면씬도 상당히 좋았고 그게 본심이라고
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만한 내면의 욕망에 대해서 솔직하게
그려내는 이수진 감독은 작품 자체가 시그니처적인 면이 있어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설경구의 첫 나레이션은 사실 먼저 여아가 생각나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장애인인 아들의 성욕처리에 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서서 다행이었던;;
부천영화제에서 봤던 어둠에서 손을 뻗쳐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소외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넣어서
진짜 감독이 공부를 많이 했더군요.
처음 봤던 시체는 뭔가 싶었는데 결국은 장애인으로 돌아오는, 지체장애에
대해 봐왔다면 알 수 있는 좌우 발길이의 다름을 한 컷으로 보여줘서 와~
결국 손자(?)를 위해 아들을 죽인 한석규 밑에 들어가 선거활동을 도와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만 아이를 잃으면서 그동안 그토록 이야기했던
제일 높은 분의 머리를 쳐야한다는걸 실행합니다. 그리고 이순신 동상의
머리를 깔끔하게 날리죠.
다만 이순신을 날렸다는 점에서 사실 미완의 해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구명회, 한석규 선거인단의 옷을 입고 저지르긴 했지만 엔딩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정치인으로는 몰라도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여전히 살아있는데 세종대왕의 머리를 날렸어야 했었다고 보네요.
왕에 대한, 왕권적인 대통령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깨부셔왔던 촛불에서 오히려 왕으로 추대하는, 회귀적인 행보를 보이는
현대의 상황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결국 경남보궐에서 김경수가 이겼지만
현재는 드루킹에 얽혀서 권한대행으로 넘어가는 형국도 그렇고 영화에서
2017년 10월 즈음의 날짜를 계속 확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의도가
어느정도는 들어있다고 생각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린다고 보이는 감독의 배짱이 진짜로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원전 찬반이나 이당저당 섞어보기는 했지만
IDOL, 우상적인 인물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대가리가 깨져도의 시대답게 머리를 많이 다룬게 독특하네요.

천우희는 한공주에서도 그렇지만 와....안티히어로적인 느낌마저 드는게
대단합니다. 조선족을 다뤘지만 흑룡강 등 지역적 언어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해서 전문가를 모시고 연기에 반영시켰다고도 하고 한석규 어머니가
진상이기도 하지만 천우희도 찐이라 진짜 씬마다 다 인상적이었던 ㅜㅜ)b
결국 전남편(?)은 도망갈까봐서인지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혼인신고를
안해 한국국적을 못 얻어서 다시 설경구의 아들과 관계를 맺었고 거기서
설경구의 성매수 전과기록이 나오는 등 참 기구한 소외계층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게 좋았네요. 아들과는 결국 아이가 들어서며 신혼여행을
가지만 혹시나 아들을 죽이고 보험금을 타낼까봐 보험도 다 해지하는
설경구의 부정은 진짜....눈물나던...
그런데 그것도 정관수술을 했었기 때문에 손주도 아니었고 참...하...
그럼에도 며느리였고 손주였기에 아들의 살인자 가문을 위해서 일하는
수모를 참는 설경구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감독도 아버지가 만약에
일이 있을 때,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정도로 극단적인 감내를 보여주는 건 와...
그것도 과하지 않고, 기존처럼 술먹고 토로한다던지 그런 것도 없이
최대한 억눌러서 담담하니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모습으로 담아서
진짜 대단했네요.
천우희에서 빠지긴 했지만 그러한 아버지, 설경구의 행동을 엇갈리지만
봐온 그녀는 결국 정리하는 선택을 하는데 분명 전까지 보여준, 사람을
죽이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냉철하게 해내는 그녀가 한석규의 집에서
마지막 여성 두명을 제압하지 못하는걸 보면 무언가 바뀌긴 바뀌었다고
봅니다. 물론 중국에서 온 암살자와 싸우느라 다치긴 했지만 일반인과의
대결에서 등에 칼을 맞는건~
다만 직접 보여주지 않는 선택은 좋았고 한석규와의 대질에서 문이 서서히
닫히는 연출은 아주 좋았네요. 다 안닫혀서 아쉽게도 살아나 우상으로
부활하긴 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고백도 생각납니다.
캐릭터의 고저가 확실한데 소화해낸 연기력도 그렇고 올해의 여우상은
천우희가 타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토리 라인도 3명이 부딛치는 장면을 장소로 나눠서 최소화 시킨게
주효했고 돌고도는 순환이 기가 막힙니다. 흥행도 잘 되기를~~

아직 주연들을 제외하면 영화정보가 적어서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ㅜㅜ
이분도 찰졌는데 결국은 한석규2가 될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들기도 하고~

부인도 인상적이었는데 건너편 방에 피묻은 스웨터를 널어놓으며
시위하는 장면은 진짜 웃펐네요. 와~

사람의 이미지에 대해 누구나 스스로 씌워서 선망하기도 하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뒤집어 쓰고 우상이 된 한석규의 모습은 소름끼치면서도
현실적이라 좋았습니다. 선한 목자적인 모습이었지만 최측근인 부인의
신랄한 내면분석도 그렇고 SNS 등으로 더욱 이미지가 중요해진 시대에
걸맞는 영화입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