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신들이 추락하는 끝자락에서 by 타누키





포스터에서 드러나다시피 성수대교 사건 즈음, 90년대 풍경을 그려내며
보편성을 들고 온 영화인 벌새입니다. 상도 상이지만 평이 상당히 좋아서
기대했던 작품이고 잘봤습니다만...이 작품에 여성영화라는 생각을 쓰리라
생각하지는 못했기에 아쉬움도 남긴 하네요. 감독의 자전적 부분에서
시작했고 배경때문에 어쩔 수는 없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새로운 신을
맞아들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시기라 묘하네요.

김보라 감독 본인이 81년생이기도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을 순한맛으로
그려내면 이렇지 않을까 싶기도~

다만 기대감을 걷어내면 분명 그 세대의 아련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감독보다 약간 위로 시대를 설정했는데 중1보단
확실히 중2 정도는 되어야 좀 더 사춘기적인 느낌으로 와닿기도 하구요.

강렬한 사건이나 고통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안정되어 가고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던 시대상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완성시켜서
격동의 70년대를 넘어 살아온 시대가 비슷한 80년대 감독들의 작품이
기대되게 만들어줘 좋았습니다.

노란 베네통과 선키스 등 당차면서도 사춘기인 은희를 맡은 박지후의
연기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네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부를 안하고 놀기 좋아하는 둘째는 결국 강북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그 성수대교가 무너지게 되면서 자신의 친구들이 죽게되고 은희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선생님의 죽음으로 언니와 여동생이 연대하게 되는
장면으로 참...사실 영화를 볼 때는 언니의 남친이 아니라 오빠가 운전해서
세 남매의 연대로 가는건가 싶었는데 맨날 몰래 집에서 자고가던 남친이었;;
그래서 감흥이 더 가라앉기도 했네요.

아버지의 차를 몰래 타고 가는 것도 그렇고 반항하지만 그리 드러내지 않고
재력 등 유리한 것은 편취하는 우리 세대의 자화상이랄까...반항하고
독립하는 등 무언가를 일구어냈던 격동의 시대를 지나 점점 많은 것을
보편적인 가정에서도 받을 수 있기에 참고 지냈고 그렇기에 더욱더 상대를
이해할 수도, 이해할 것도 없는 자기가 세상의 중심다운 세대의 출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극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원하면서도 그 친구에게
'넌 네 생각만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하지만 또 바로 친구가 이끌고
가주는 아직은 어설픈 시대를 잘 그려내서 좋았습니다. 언제나 쓰여도
들어맞는 대사지만 그 시대를 살아왔던 입장에서, 같은 말을 들은 보편적
인간으로서는 인상적이었네요.





혹시나 은희가 죽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긴장감을 위해서 잘 넣었던 혹 ㅎㅎ
남친과의 접촉도 그렇고 어디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여기는
은희가 혹을 찾는 것도 아련했네요.

엄마(이승연)의 묘한 불통도 잘 그려냈지만 아빠(정인기)의 몰락도 제대로
그려낸게 참 ㅎㅎ 소리는 치지만 정작 집안을 휘어잡진 못하고 자신이
피를 봤으며, 자식의 종양에 울지만 감독의 인터뷰와 같이 자신의 감정에
취해 우는 모습으로 그려내 마지막으로 가족이 식탁에 모여 밥을 먹는
시대같은...껍대기도 삐걱거리는 가부장적인 권위들의 몰락이 참 좋았던~

다만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던, 그럴 수 없었던 구성원으로서는
애매하긴 합니다. 남아선호와 오빠를 챙기는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는 있었지만 아버지의 몰락을 그려내면서 폭력을 일상으로 그려낸
가족이 주인공만이 아니라 골프채로 패는 오빠들이라니 ㄷㄷㄷ



X동생 유리 역의 설혜인, 당시 특이했던,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X동생 등 어디서 들어왔는지 몰라도 여성들끼리의 독특한 관계를 지칭했던
X가 나와서 재밌었네요. 저번 학기일이잖아요하면서 차는 것도 그렇곸ㅋㅋ

자신이 중심이기에 영속적인걸 추구하는 세대라 가족과 친구를 넘어서는
끈끈한 정을 원하면서도 중심들끼리 만나니 결국은 흩어지는게 ㅎㅎ
특별히 자세히 그리지 않고 가볍게만 터치하는 듯한 연출이 좋았네요.



한문학원 선생 역의 영지
강성 운동권의 마지막 세대즈음이 아닐까 싶은...너무 클리셰적이기도
하지만 전교조 등 당시의 선생님들은 그런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었죠.

다만 남담임의 구호에 건성으로 마지못해 대답하고 바로 전 남자강사를
깔보는 등 김일성의 죽음과 성수대교의 붕괴로 신들의 시대, 이념과 억압
성장하지만 공포로 일구어냈던 중세같던 근대를 끝내고 보편적인 우리들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에 비해 운동권에 대한 환상은 현재 그들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미리 보여주기보다 죽음으로서 승화되는 모양새를 취한게
아쉽기는 합니다.

전근대적인 권위가 모두 무너지는 상황에서 꼭 그들이?!? 싶었던지라...
혹시나 뭔가 하나 집어넣지는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아직은 공고한
시대인 것 같네요. 더 영향에서 멀어진 90년대생들을 기대해야 할지도 ㅎㅎ



다른 학교지만 단짝친구 역의 박서윤, 같이 방방을 타는게 참ㅋㅋㅋ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 제일 인기있었죠.
뭐 이것말고도 가본적은 없지만 콜라텍 등 노란 베네통으로 드러나던
편견답게 담배나 어느정도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그게 보편적이었다면
서울학생들 무섭....ㅜㅜ





오빠가 성수대교 사건에 우는 것도 좀 뜬금없긴 했지만 아버지의 울음과
같은 자기감정 과잉으로 그려낸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어쨌든 이 작품은
각자에게 비중을 둔게 아니라 은희의 시선으로 그려낸 94년이니...

자매를 도와주는 언니의 남자친구(손상연)나 혼은 내지만 뽀리를 걸린
딸을 내버려두는 아버지가 어이없던 가게주인(이종윤), 오빠에게 맞은걸
진단서로 어루만져준 의사(김종구) 등 좋게 그려낸 남성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결국 남친은 정윤서니까 ㅎㅎ

그건 그래도 엄마가 끌고가는건 중2들다운겤ㅋㅋㅋ 아낰ㅋㅋ 의사집안의
자제라곤 해도 갑자기 아침드라마롴ㅋㅋ



서울에 살진 않았지만 아직은 그래도 수도권의 시장들이 많이 차이나진
않던 시절이라 그리웠던 풍경과 습관들이 아련하게 나와서 좋았네요.
어떻게 보면 촌지의 시대가 끝나가고 현물의 시대랄까라는 감상도 ㅎㅎ

이념과 가부장 등 지난 세기의 신들이 죽었지만 결국은 인간이 다시 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요즘이라 묘하기는 합니다. 언제든 살아있는 신도 있고~



마지막 수학여행에서 세월호가 아무래도 연상되지만 사고 전에 엔딩은
이미 생각했던 바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 쪽은 아니더라도
희망까지는 아닌 느낌이었지만 복합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롱테이크였네요.

사실 감독과 비슷한 키크고 마른 여배우를 찾으려했는데 박지후가 맡아
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뭔가 한국의 그레타 거윅같은 느낌이시라 그런게
잘 어울렸을 듯한 영화인데 너무 예쁘고 작은 배우를 캐스팅해서 ㅜㅜ
좀 더 대중적이게 되고 X 등 여러 설정을 쓸 수는 있었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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