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 Z의 제임스 그레이 감독 SF작품으로 우려가 많았는데
그래비티와 대구를 이루는 듯한 느낌으로 생각보단 괜찮았네요.
그래비티는 지구로의 생환이 목표라면 오욕칠정이 끊긴듯한 브래드 피트가
트라우마와 같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태양계의 끝인 해왕성을 향해
계속 떠나가는 이야기라 흥미롭습니다.
물론 약간 지루한 편이긴합니다만 블루로 퀴어물이 일상으로 들어왔듯이
SF도 이 작품으로 이제 일상적인 소재로 들어오는 감상이라 좋았네요.
속마음의 나레이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에 가깝기에
추천하기에는 쉽지 않아보이지만 심연의 동굴에 깊게 자신을 가두었던
남성을 이렇게 진지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욕망이나 희생 등 구시대적 갑옷으로 그려지는 남성상이 대부분인데
우울하지만 격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내면적으로 섬세하기에 나올 수 있는
외면적 심플함을 표현한데다 남성에게 이런 심리적 할애는 생각해보면
최근에 아주 드문 경우였던지라 더욱 좋았네요. 물론 브래드 피트가 ㅜㅜ)b
아버지에 대한 갈망과 자신의 이상을 위해 떠나간 이에 대한 묘한 분노가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었기에 슬펐고 그렇기에 끝의 만남과 헤어짐이 짧다면
짧고, 그럼에도 이해되게 그려져서 나름 후련해졌네요. 언젠가는...
물론 마지막에 판넬을 뜯어서 해왕성 띠를 돌파하는건 건담같은겤ㅋㅋㅋ
그러고보니 기동전사 건담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있었으니 ㄷㄷ

그래비티에 조지 클루니가 있었다면 애드 아스트라에는 루스 네가가
조력자적 모습이었고 지구로의 귀환에서 산드라 블록이 모두에게서 힘을
얻다가 마지막엔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그렸다면 브래드 피트는 딱히
아무도 필요없이 헤쳐나가다 마지막엔 귀환요원들의 손을 잡고 일어서고
부축받는 모습이 꽤나 뭉클했습니다.
동굴에 깊이 들어가있어 부인이었던 리브 타일러마저 떠나갔었지만
아버지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밝은 세상에 나온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
정반합의 해피엔딩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었네요.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
최악이자 최고인 것 같습니다. ㅎㅎ 언젠가는 그처럼 될 수 있기를~

아버지 역의 토미 리 존스와 프루이트 대령 역의 도날드 서덜랜드
노장들도 분량은 적지만 나름의 가이드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근미래지만 반물질도 나오고 SF적 상상이 덜할뿐 상당히 지금의 현실에서
만들 수 있을만한 장면들이 많았어서 더 일상적으로 다가오는게 좋았네요.
그래도 반물질의 시대인데 그렇다기엔 발전이 너무 더딘거 아닌지 ㅎㅎ
해왕성까지의 여정을 짧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덧글
생각해보니 SF에서 아버지가 유독 많이 죽는 것 같네요
감독이 다 이렇게 찍나 봅니다. ㅎㅎ